녹차 티백에 담긴 과학

2010. 4. 25. 10:09유익한 정보.

[조선닷컴에서 가져왔습니다.]
 
 

 
[김형자의 과학이야기]      녹차 티백에 담긴 과학

“한 잔을 마시면 따뜻해지고, 두 잔을 마시면 입이 정갈해지고, 세 잔을 마시면 몸이 상쾌해지고, 네 잔을 마시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다섯 잔을 마시면 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어느 녹차 예찬론자의 말이다. 녹차가 얼마나 몸에 이로운지는 뒤로 하고라도
녹차 한 잔이 주는 추상적 효과는 이렇듯 대단하다. 푸른 빛깔만 봐도 온화한 기운이 감돈다. 녹차에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수용성 성분은 카테킨이라는 물질이다. 카테킨은 차의 독특한 떫은맛을 내며, 구조상 수산화기(OH-)가 많이 포함돼 있어서 여러 물질과 잘 결합한다. 또 다른 식물의 잎과 달리 녹차 잎에는 테아닌(theanin)이라는 물질도 있다. 테아닌은 녹차에 2~3% 함유된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차의 감칠맛을 내는 성분이다. 녹차의 독특한 맛은 카테킨의 떫은맛과 테아닌의 감칠맛이 조화를 이룬 결과이다. 차는 기호식품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맛있게 우려 마시는 게 중요하다. 떫은맛이 적고 감칠맛이 우수한 차를 즐기려면 저온(70~80℃)에서 은은하게 녹차를 우려내야 한다.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 성분이 비교적 저온에서 잘 우러나기 때문이다. 특히 아미노산이 풍부한 고급 녹차일수록 낮은 온도에서 우려야 본전을 뽑을 수 있다. 잎차의 경우 찻잎을 우려내기 위해 주로 다구를 이용하는데, 다 우러난 후에는 따로 찻잎을 걸러내야 한다. 이런 번거로움 때문에 요즘은 티백 차가 보편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찻잎 속에 함유된 화학성분은 잎차나 티백 차나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잎차는 이른 봄에 새로 난 비교적 아미노산이 풍부한 싹을 채취해 만들고, 티백 차는 일반적으로 잎차용 차를 수확한 후 다시 올라오는 싹과 싹 아래의 두 번째 잎까지 채취하여 만든다는 점이 다르다. 이 건강한 식품을 감싸는 티백에는 숨겨진 과학이 맛의 차이를 없앤다. 보통 티백 녹차를 마시려면, 녹차 잎이 담긴 ‘티백(Tea Bag)’을 따뜻한 물에 넣어 우려낸다. 티백으로 찻잎을 싼 이유는 내용물이 밖으로 나오지 않게 하여 깔끔하게 우려내기 위해서다. 티백 종이 표면에 미세한 기공이 있어서 여과기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헝겊 같은 티백은 일반 종이처럼 나무로 만든 게 아니다. 식물성 섬유인 마닐라삼을 소재로 한 천연 펄프이다. 마닐라삼 섬유는 결속력이 강해 물에 넣어도 풀어지지 않아 찢어짐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닐라삼을 쓰는 또 하나의 놀라운 비밀은 건드리기만 해도 먼지가 나는 화장용 티슈와 같은 먼지 떨어짐을 막기 위해서다. 녹차 티백은 사람이 마시는 차에 들어가기 때문에 종이에서
먼지라도 떨어져서는 안 되므로 재질을 달리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두 겹으로 된 티백에는 실은 달려 있어도 실로 꿰맨 봉제선이 없다. 봉제선이 없는 대신, 열을 가하여 냉각시키면 곧바로 굳어지는 열가소성 수지를 티백 안쪽에 넣고 열과 압력을 가해 봉합한 과학기술이 가미되어 있다. 이처럼 차를 마시고 나면 그냥 쓰레기통에 버려질 하잘것없는 봉투 하나에도 과학의 섬세한 손길이 닿아 있다. 지금껏 편의성 때문에 티백의 녹차를 마셨다면, 이제부터는 티백에 달린 과학의 열매를 음미하면서 마셔보자. 과학으로 더 달게 조화된 감칠맛이 느껴지지 않을까.


/ 과학칼럼니스트(bluesky-pu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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