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화가난 어부인.

짬스탑 2009. 10. 23. 09:10

 

알싸한 바람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가는 맑은 공기의 아침을 맞습니다. 어촌은 어촌 맞는데 작은 고기배는 없고 큰 무역선만 드나드는 동네입니다. 따뜻한 바다공기와 찬 육지의 공기가 만나면서 바다위에는 목욕탕같이 수증기가 올라옵니다. 이런 맑은 아침을 맞아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가물가물 합니다. 큰돈도 벌지못하면서 늘 새벽에 일어나서 부리나케 아침 챙겨먹고 생업의 전선으로 사정없이 달려갑니다. 가서 일하는것도 시원찮지만 요즘 경가가 얼어붙어있는데다가 나의본업 운송업에는 고기를 북태평양에서 많이 잡아와야 일감이 많은데 그것도 기상의 이변이라는것때문에 어획량은 감소하고 2~3만원하던 명태 한상자가 4만원을 넘어서 5만원으로 달려가고있는지 오래입니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계절이 바뀌는것도 모르고 정신없이 살았건만 남는것은 푸념뿐인것같습니다. 이번달에는 자동차관련된 해결해야될 사항이 많았습니다. 작은 찦차는 정기검사에 매연검사에 종합보험납부이고 큰차역시 정기점검에 매연검사에 종합보험 분기납부입니다. 그리고 부가세 중간예납이 있어서 돈이 계속 있어도 모자랄 정도였습니다. 이게 좀 서로 다른달에 있으면 문제가 좀 덜한편인데... 어차피 줄돈 이지만 한참에 모두 몰려버리니 내가 큰돈을 쌓아놓고 사업하는 사람도 아니고 조그만 트럭이라도 운영을 하다보니 돈이 동시에 몰려서 나가게되니 저의 부담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고름이 살 될일이야 없겠지만 어차피 나가는돈 서로 시일을 두고 천천히 예정을 맞추면 사람이 덜 피곤한데 결제금액이 한날에 몰리게되어서 저의 통장 잔고를 털어버렸습니다. 이제는 모두 해결되었지만 저는 받을돈을 아직 못받고 줄돈만 다줘버렸으니... 마음은 홀가분해졌습니다... 이런 지면에서 이런이야기 하기는 뭣하지만 .... 지난주일에 내가 보유한 주식( LG디스플레이)이 회사 실적은 좋게 나왔는데 .. 이게 주가는 영 반대로 튀는 바람에 아주 폭락을 했습니다. 그런 자금을 주식에 투자한 나도 잘못이 있겠습니다만... 시일이 좀 있으면 올라가기야 하겠지만 아들은 혼사비용이 걸린일이라서 다음달 말일에는 무조건 처분을 해야합니다. 그런데 아주 많이빠져버렸습니다. 돈이야 몸이 아직 쓸만하니 벌면되는데 이게 사람의 기분을 아주 망쳐놓고 기본적인 생활리듬을 깨버리는것입니다. 지난주에 하도 많이 깨져서 우리집사람이 토용일에 장보러가자고 하는것을 주식이 많이 깨진것때문에 화가 나서 장보러 않가겠다고 했더니 .. 집사람이 도로 삐껴서 요즘 말도 잘않하고 지내는 형편입니다. 좀 재산이 있는분같으면 이정도의 데미지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우리같은 서민에게는 단돈(이런표현을 욕하실분도 있겠지만) 기백만원은 엄청나게 큰돈입니다.. 그래서 장을 않보러 가면 반찬거리도 없고 하니 나보고 밥투정하지말라고 하면서 토라졌습니다.

 

 

 

 

 

부산KBS 부산은행 음악회에서...

나는 아무반찬이나 주는대로 잘 먹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아들과 딸이 집에 생활하고 있으니 기본 부식을 사야한다는것인데 내가 생각하기로는 냉장고에 있는 반찬좀 다 꺼내서 해먹고 냉장고가 좀 비워지면 그때 가도 괜찮을듯해서 그냥 그렇게 이야기한것인데 여파가만만치 않습니다. 우리집 냉장고에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수입산 조기며 새우며(딸이 새우판매회사에다니기에) 김이며 사골 이며 고등어 오징어 찢은것등 여러가지가 냉동고에서 말라비틀어지고 있습니다. 내가 요리를 잘 합니다. 이런것들을 저녁에 일하고 오면 귀찮아도 좀 장만해서 다음날 아침반찬으로 만들면 되는데 그냥 김치찌게에 맨날 계란프라이만 올라옵니다. 우리집사람도 야채를 못사게했다고 일종의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못사게한것이 아니고 집사람이 직장이 늦게 마치니 시장 볼 시간이 없다는것이 더문제입니다. 우리 아파트에 수요일 아침이면 매주 봉고차에 야채와 생선 과일등 차들이 반찬꺼리를 싣고와서 아파트내에 주차장에서 작은 수요일 장을 엽니다. 이때 필요한 반찬꺼리를 장만하면 되는데 그 시간대가 집사람출근 시간과 맞물려서 구매하기가 어렵다는거지요.. 사실 그때 가봐야 별로 살것도 없습니다. 그냥 둘러볼래도 시간이 바쁜 맞벌이족들은 집에 아무도 없으니 맡겨둘때도 마땅치않고 그냥 차가오는것만 보고 출근합니다. 또 요즘 사람들이 아침에만 집에서 먹고 점심저녁은 모두 바깥에서나 직장에서 저녁까지 먹고 오다보니 집에서 않먹게되거나 한끼 먹는데 음식재료를 냉장고에 넣어두면 몇일씩 구러다니다가 말라비틀어져서 버리게 되는일도 허다합니다. 그러나 집사람은 장보러가는것이 자기의 책임감과 의무감이라고 항상 느끼고 사는 사람이라서 이런때에 내가 장보러 않간다고 하니 화가 많이 났는가봅니다. 지난번 식도 수술이후로 항상 장이 않좋아서 방귀를 많이 뀌고해서 의사에게 이야기했더니 걸쭉한 유산균 야쿠르트를 많이 마시면 좋아진다고 의사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야쿠르트를 많이 마시는데 나때문에 시장에 못가게되었으니 더 화가난것일까요.. 일단 어제는 얼음300톤을 다 끝내고 내가 일찍 마쳐서퇴근하고 오면서 간단히 장을 봐왔습니다. 자기 기분대로는 않되었겠지만 그래도 제법 먹을재료와 야쿠르트를 사왔습니다. 그래도 오늘 아침에도 분리 수거 쓰레기 비우러 가는데 혼자가기에 내가 따라가서 같이 비우러 갔다왔지요., 나 나름대로 제법 우리 집사람에게 잘 할려고 하는 사람인데 아직 우리집사람 눈에는 제가 문제가 있는가봅니다... 이제 나이가 오십이 넘었고 같이 산 세월이 30년도 넘었는데 이 정도면 나도 어부인한테 잘하면서 사는것같은데 이것도 부족하다니 다른사람들은 어찌 하시면서 사시는지.. 남자들의 목소리는 점점 더 작아지는것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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