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맑은 날 속으로만 걸어왔던가
습기를 견디지 못하는 마음이여
썩기도 전에 이 악취는 어디서 오는지,
바람에 나를 널어 말리지 않고는
좀 더 가벼워지지 않고는
그 습한 방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바람은 칼날처럼 깊숙이,
꽂힐 때보다 빠져나갈 때 고통은 느껴졌다
나뭇잎들은 떨어져나가지 않을 만큼만
바람에 몸을 뒤튼다
저렇게 매달려서 , 견디어야 하나
구름장 터진 사이로 잠시 드는 햇살
그러나, 아, 나는 눈부셔 바라볼 수 없다
큰 빛을 보아버린 두 눈은
그 빛에 멀어서 더듬거려야 하고
너무 맑게만 살아온 삶은
흐린 날 속을 오래오래 걸어야 한다
그래야 맞다, 나부끼다 못해
서로 뒤엉켜 �겨지고 있는
저 잎새의 날들을 넘어야 한다.
..나희덕 님의 흐린 날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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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물에서 연꽃이 피고
거무죽죽한 나뭇가지에서
형형색색의 과일이 열리듯
고통으로부터 건강의 기쁨이 오고
갈등의 쓰라림을 딛고 화해와
일치의 감격을 맛보는 것이라 했지요.
좋은 일만 생기기를 기대하진 마십시다.
그늘이 없는 햇볕 아래의 삶이란
권태롭기만 할 것이기에...
우리 삶에 활력이 있는 이유도
고난이 있기 때문이 아닐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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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 김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