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어느덧 50 밑바닥을 깔아놓고 술 심부름을 했습니다. 내가 근무 하는 사무실에서 소장과 여러 직원 손님들이 막걸리에 사이다를 섞어 주전자에 받아다가 파전을 부쳐서 두부안주와 일을 마친 시점에 모두들 한잔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대기실옆에 조립식 가건물로 지은 허름한 간이 매점이 하나있습니다. 무엇을 파는고 하니 간단한 아침식사로 시락국밥과 김밥외 라면을 오전참 때는 막걸리와 소주 그외 파전과 여러가지를 삶은 계란이 일품이고 점심때는 비빕밥외 라면과 음료수 등을 팔고 오후참과 그 이후 시간에는 소주외 막걸리등 여러가지 술을 팝니다. 우리가 근무하는곳은 부둣가라서 이 곳은 도심에서 멀리 외곽지역이어서 음식점이 거의 없고 점심 식사도 차를 타고 가지 않으면 중국집에 짜장이나 짬뽕 정도로 전화 배달에만 의존하는곳입니다. 설렁탕 잘 하는 집이 하나 있긴 한데 거리도 좀 있고 왔다 갔다 하는 불편함이 많아서 웬만 하면 그냥 중국집 신세를 지는데 이 간이 매점도 무시못할 우리의 거래처입니다. 소장이 다른 사람을 시켜서 먼저 막걸리를 사다 마시고 있었는데 내가 작업 마치고 오니 술 사러 갈 사람이 없어서 젓가락만 빨고 있더군요. 소장 왈 서기사 탁주 한잔만 사오라는것입니다. 멀지는 않지만 내가 생각해보니 술주전자 들고 이 나이에 술심부름을 가야 하나 망설여 지더군요. 나 보다 나이어린 사람이 우리 사무실에 한 세명있는데 그 시간대에는 한놈도 보이질 않더라는것입니다. 그래서 할수 없이 내가 가야만 했습니다. 탁주 두병에 사이다 한캔을 휘휘 저어서 부어 들고 오면서 오래전 잊혀졌던 기억이 생각났습니다. 내 나이 10살때 감천에 이사 와서 동네도 잘 모르는데 아버지가 술을 좀 사오라고 시켰던것 같습니다. 두되 짜리 누런 알미늄 주전자를 주면서 뻘건 십원짜리 지폐를 몇장 받아들고 벽돌 찍는 공장을 가로 질러서 벽돌공장 재료인 모래가 산더미 처럼 쌓인 작은 산을 지나서 조그만 술집에 도착합니다. 그 집에는 나무로 만든 한말 짜리 술통에서 단지로 술을 쏟아붇고 되밖 으로 주전자에 부어서 팔았습니다. 담배도 팔았는데 "희망"이나 "백조" 그런 이름이었던것 같습니다. 소주는 두루미 소주라고 한말 짜리 유리병에 호스를 꽂아놓고 대병에 아니면 너홉짜리병에 담아서 가져가는량 만큼 계산을 했습니다. 소주를 파는 한말 병은 투명하거나 약간 푸른빛을 띤 지금의 생수말통과 거의 흡사 했습니다. 그 이후 막걸리 술통은 나무에서 허연 플라스틱 수지로 만든 말통이 나오고 소주는 거의 유리 한되병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당시에 막걸리는 도수가 독해서 술집에서 농도를 맞추기위해 물을 타서 희석 시켜서 비중을 맟춘것 같았습니다. 아마 장사에 이윤을 더 내기 위해서였는지.....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한되 아니면 두되의 막걸리를 사서 알미늄 주전장에 들고서 한참을 들고 오다보면 거리도 있고 해서 여러가지생각을 합니다. 우리 아버지는 이 막걸리가 얼마나 맛이 있어서 날도 추운데 아들을 시켜 이 술을 사오라고 할까 , ? ! 하는 생각에 .... 주전자에 있는 술을 조금 맛보기로 했습니다. 이게 조금 마셔보니 조금 달짝 지근한게 신내도 나고 맛이 이상 했습니다. 그래서 걸어가면서 조금 더 마셔보고 또 조금 마셔보고 하다보니 처음에는 조금만 마셨는데 자주 갔다오면서 제법 맛을 보며 마시는 량이 어느덧 술이 늘어서 열살짜리 꼬마가 두되 주전자의 1/5을 마셔서 내가 봐도 술의 양이 현저히 줄은것을 발견하고 아주 고심한적도 있었습니다. 아마 그때 배운 술이 나의 인생에 있어서 술을 마시는 법을 터득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커서는 직장 생활 하면서 나 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들 사이에 끼여서 너홉짜리 맥주병에 담아서 냉장고에 얼음채워서 놓은 탁주를 월급 타는날에 만 같이 가서 탁주를 마신 기억이 납니다. 지금 내가 한 35~6년만에 술을 받아서 주전자를 들고 불혹의 나이에 남의 술 심부를 을 가다 문득 어릴때 기억이 다시 떠올라서 피식 웃게 되더군요. ....^&^ 이제는 저 사람들이 내가 술을 못 마신다는것을 다 알기에 어린시절 마냥 주전자에 들어있는 술을 훔쳐서 마시지 않는다는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저 보고 술 심부름을 시켰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저도 이런 생각을 하는것 보면 18살 쯤 먹은 마음은 그대로 인데 언제 제가 이렇게 나이를 먹었는지 새삼스럽게 놀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술을 못 마시는 내가 술을 사오려니 웬지 쑥쓰럽고 남들이 보는것 같아서 예전에 술 잘 마시고 호기를 부리던 그런 빼짱과 그런 객기가 다 어디로 가서 이렇게 부끄럼을 타는것인지..... 세월 앞에는 제가 아주 미미한 공기의 알갱이 정도 되는것을 이제 술을 끊고 나니 이렇게 느껴집니다. 예전에 내가 맥주를 좋아해서 호프집에서 1000cc잔과 500cc잔 또300cc잔을 얻어다놓고 냉장고에서 찬 맥주를 부어서 투명한 글라스에 방울방울 떠오르는 맥주 거품을 보고 흡족해 하며 마시던 기억이 너무 맛있게 떠오릅니다. 씻고 나서 시원한 맥주 한잔 하는 그 맛 너무 시원해서 입에서 캬~ 하고 나오는 탄성이 너무나 그리워지는 밤이 그리워 지고 있습니다. 지나간 추억은 언제나 아름답게 기억속에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