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수필가 조성원님의 글로서 책에 낼것을 미리 올린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서당골에선 그 누구도 다 알아주는 갑부가 得이란 자다. 무엇을 얻거나 이익을 얻는데 그를 따를 자가 없으니 갖은 금은보화에 부에 있어서 그를 따를 자는 없었다. 위세만큼 온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그인데 감히 그 누가 조아리지를 않는가. 하지만 그런 그를 받들기는커녕 탐탁스럽게 보지 않는 이가 하나 있어 得은 늘 그게 마음이 쓰였다. 기근이 심하던 때 동네 사람들이 덕 좀 보자며 부르르 달려와 갖은 아양을 다 떨더니만 때가 지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돈 한 푼 쥐어 주지도 않는 그치를 가까이 하는 것이었다. 得의양양할 것은 자신일 것인데 뭘 믿고 저러나 싶은 것이 그래서 은근히 심사가 뒤틀리고 거슬리는 것이었다. 한 번 만나면 넌지시 그치의 잘난 기세를 떠보리라 하던 得은 때 마침 장날 그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암만 봐도 꽤죄죄하고 볼품이 없다 싶은 것이 상대도 안된다 싶은데 이해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어디를 가는지 봇짐을 잔뜩 지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得은 차오르는 역심을 꾹 참고 그에게 말을 걸었다. “어이 여보게 德, 그렇게 땀을 뻘뻘 흘리면서 어디를 가시는 겐가. 좀 쉬었다 가게나.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네. ” 德은 가던 길을 멈추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함세. 자네한텐 사람이 늘 끊이질 않던데 그 비결이 뭔가. 꼭 좀 가르쳐 주게.” 德은 머뭇하며 말이 없었다. 무슨 비결이 있을까 싶어서였다. 그러자 得이 다시 고쳐 물었다. “그렇다면 자네와 내가 사는 방도가 다른 것이라도 있는가. ” 그러자 德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하였다. “글쎄 잘 모르겠네 만은 나는 사는 것이 쌓는 것이라 생각하고 자넨 얻는 것이라 믿고 사는 것이 아닐까싶네.” 그러자 得이 쌓는 것이나 얻는 것이나 다 모으는 것인데 그게 뭔 차이라도 되는가 하였다. “모은다는 것은 같지만 물론 차이가 있지. 쌓는 것은 자신 혼자만으로 가능하지만 얻는 것은 꼭 남을 통해야만 가능한 것이라네.” 말을 마치고 德이 다시 갈 채비를 하였다. 그러자 바빠진 것은 得이었다. “이봐 그렇게 어렵게 말하지 말고 쉽게 좀 가르쳐 주게나.” 得은 德을 붙잡듯 잡아끄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 차이로 달라질 게 무엇이란 말인가.” 이에 德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하였다. “그렇게 쌓은 것은 두고두고 남지만 얻은 것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 법이라네.”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그러지 말고 확실하게 말 좀 해주게나.” 이제 得은 숫제 德의 갈 길을 막고 버텼다. “정히 그렇다면 나를 쫓아 가 보겠나.” 그러자 得이 길을 비키며 “그러면 알 수 있단 말인가.”하였다. 그러자 德이 물론이지 자네도 잘 아는 失한테 간다네 하였다. 得은 그 말에 적잖이 놀랐다. “하필 失이라니. 손실만 보는 이한테 가서 얻을 것이 뭐엔가.얻은 것도 다 뺐길 것이야.” 그러자 덕이 가던 길을 멈추고 박장대소 하였다.
"자네, 이세상은 得이 있으면 失이 반드시 있는 법이라네. 득실을 따진다는 것이 다 그런 연유가 아닌가.” 그러자 바로 得이 묻는다. “그것은 그렇다치고 자네와 失은 무슨 특별한 사이라도 되나.” “아무렴 그렇지 . 失이 늘 손해를 봐서 힘들다네. 내가 그것을 위로 해주려는 것일세. 지난번에 失을 만났더니 자네 얘기를 하더군. 자네에게 덕좀 보자 했더니 자네가 실없는 사람 다보겠네 하였다면서. 그런데 내가 바로 그 德이 아닌가. 그러니까 失은 나한테 와야 할 것을 잘못 찾아 간 거야.” "그런데 말이지, 失이 내게 자네 덕을 보니 감개무량하다며 눈물을 흘리는데 그 덕이 내겐 자연 得도 되는 것 같더란 말이지. 그것을 봐서도 得이란 남에게서 얻는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알듯 모를 듯하여 得이 가던 길을 멈춰서 한참을 생각한다. 그렇다면 저 德이란 놈이 칭송받는 것은 失이란 놈 때문이고 그런 失은 또 내가 그렇게 만들어준 것이니 결국 德의 공덕은 내가 쌓게 해준 것이 아닌가. 得은 또 한참을 따진다. 그렇다면 그것은 응당 내 것이고 그것이 얼마치인지 꼭 따져 얻어내야 할 것이 아닌가. 得은 그렇게 늘 하던 대로 손실을 또 저울질 해보는 것인데 그런데 아무리 따져서 얻으려해도 德이 쌓은 것을 얻을 수는 없다싶어지는 것이었다. 쌓은 것을 허문다해도 뚜렷하게 남아 있을게 뻔하였다. 그제야 得은 남으로부터 얻는 것과 자신이 쌓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는 德의 말뜻을 조금은 알 것 같다 하였다. (2008 년11월 4 일) (어제 서울 초상집 갔다가 새마을호 밤기차 타고 술취해 돌아오다 잠시 생각해둔것을 옮겨 적는다.) 수필가 조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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