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와그림.

이발관 그림을 그리다.

짬스탑 2008. 3. 15. 19:23
이 글은 코리아 닷컴에서 마스코트님것을 빌려왔습니다...



  -흐르는... 저 맑고 깨끗한 물에 몸을, 마음을,, 담그고 깨끗이 씻어내고 싶다.
    지붕이야 새로 이엉을 얹지 않더라도 왼쪽으로 빼딱하게 어깨 기울어진 슬레트면 어떠리 먼 산에 흰 눈 쌓일 때 앞 개울가에 푸른 풀 우북하게 자라는 마을에 나도 내 집 한채 그려넣을 수 있다면 서울 사는 친구를 기다리며 내가 기르는 까치를 하늘에다 풀어놓고 나 이발관 의자 등받이에 비스듬히 누우리 시골 이발관 주인은 하늘의 구름을 불러모아 비누거품을 만들겠지 이 세상의 멱살을 잡고 가는 시간 같은 거 내 몸속을 쿨럭, 쿨럭거리며 흐르는 강물 같은 거 빨래줄에 나란히 펼쳐 널어놓고 무시로 바람이 혓바닥으로 �아먹게 내버려두리 내일은 사과나무한테 가서 사과를 땅에 좀 받아 내려놓아야지, 생각하다 보면 면도는 곧 끝날 테고 나 산모퉁이를 오래오래 바라보리 문득 기적소리가 들리겠지 그러면 풍경 속에 간이역을 하나 그려넣은 다음에 기차를 거기 잠시 세워두리 내가 머리를 다 말리기도 전에 기차는 떠나야 한다며 뿡뿡 울며 보챌지도 몰라 그러면 까짓것 보내주지 뭐 기차야, 여우가 어슬렁거리는 밤길은 좀 천천히 달려야 한다, 타이르면서 내 친구는 풀숲을 더듬거리며 오리 길에 왜 사람이 없느냐고 물동이 이고 가는 아낙이라도 그려보라 하겠지 사람을 그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뻔히 알면서 예끼, 짐짓 모른체 농을 걸어오겠지. ..안도현 - 이발관 그림을 그리다
      잊기로 했네 - 조용필